지난 11/28 수요일에 박사학위 디펜스를 하였습니다. 지난 5년간 학교에서 했던 연구내용들을 일부 모아서 발표하였는데, 당초 계획하였던 시간보다는 30분정도 더 오래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길게 발표와 질의응답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다 끝나고 시계를 보니 계획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발표와 질의응답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발표를 다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었고, 앤아버를 떠날 때가 가까워 졌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한편으로는 이제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학위 논문과 저널 논문의 수정작업 등이 남아 있어 또 다른 부담감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올 12월 말까지 모든 것을 다 끝내야 한다는 기한 엄수의 압박감 또한 강하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뭔가를 끝내고 나면 새로운 것들이 다시 과제로 주어지다 보니 ‘과연, 나는 언제쯤 이런 마감의 기한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마 평생 ‘다음 할 것’이 계속 나타날 것 같습니다. 어딜 가던 뭔가 기한 내에 마쳐야 할 일들이 주어질 것이고, 아마 은퇴를 해도 뭔가를 해야하는 것들이 계속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이에 최근 주일설교 말씀의 주제들도 있어 ‘앤아버 광야’에서 살아온 지난 몇 년간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005년에 처음 대학생이 되어 인디애나에서 혼자 차를 몰고 왔던 기억, 2007년에 처음 대학촌교회가 세워지며 매주 창고에서 예배장소까지 스피커를 날랐던 기억, 그 이후 여름마다 출국자 도우미로 공항에서 사람들을 만나 앤아버에 처음 오는 학생들을 도와줬던 기억, 그리고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했던 앤아버에 다시 박사과정을 하기 위해 신혼부부가 되어 2013년에 돌아온 기억, 그리고 지난 10여년의 시간동안 이 곳에서 만나고 떠나 보냈던 여러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이 곳에서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되돌아보고 나니 그때 그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말씀의 가르침에 충실히 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교만과 욕심을 버리고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닮기를 원했습니다. 분명 때때로 찾아오는 고난(또는 고생)이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다 감당 가능한 것들이었고 때로는 나의 욕심으로 인해 내가 만든 고생을 고난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던 것 같습니다.

분명 내년 1월에 이사가게되는 캘리포니아 베이지역에서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고난과 고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앤아버에서 하나님을 만났듯이 베이지역에서도 동일한 하나님을 만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서의 삶이 기대가 되고 크게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