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회복

요즘 목사님께서, 갈릴리를 출발하여 사마리아를 지나 예루살렘에 이르는 예수님의 여정을 종종 설명해 주십니다. 특히 사마리아를 지나는 여정에서 우리가 쉽게 놓치곤 하는 ‘과정’의 의미를 상기시켜 주십니다. 제게는 아직까지도 아픈 상처로 가득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정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하여 미시간에 오기까지 5년 동안의 시간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자리를 잡아 가장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시작할 시간에, 저는 바램과는 전혀 상관없이 캘리포니아의 어느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오라는 다른 곳도 없었고, 한국에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과 첫사랑을 시작했던 뜨거웠던 시기에, 저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올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저는 이 시간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왜? 왜? 나를 훈련하시려고? 아니면 그곳에서 만난 어느 선교사님의 말처럼 내 안에 너무 나쁜게 많아서 그런가? 미시간에 온 후, 처음에는 그곳을 떠나게 해 주셔서 감사했지만, 그 시간을 원망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잊혀져 가는 기억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마음속을 휘젓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레미아 30:12]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네 상처는 고칠 수 없고 네 부상은 중하도다. 하나님께서 70년간 바벨론 왕의 멍에를 메도록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시는 이유가 바로 ‘회복’과 ‘치유’ 였습니다. 바로 그 5년이 저에게는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하나님의 은혜가 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곳에서 저의 지식과 학위가 저의 우상이며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알게 하셨고, 그곳에서 아들을 통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제 모습을 바로 보게 하시고, 와이프를 원망하던 저에게 ‘최고의 배필’이라는 마음을 주셔 가정을 회복시키셨고, 그곳에서 밤낮으로 저희 가족을 찾아와서 만사를 해 주셨던 집사님을 보내주시고, 그곳에서 말씀이 없는 교회의 절망을 보여주심으로 말씀의 중요함을 알게 하셨습니다. 그곳에서 논문을 달라는 기도에 언제나 ‘쉼’으로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보았고, 그곳에서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음에도 영주권을 받기까지 하나님의 평안을 경험하였고, 그곳에서 힘들 때 마다 찾아간 산속 기도원에서 아버지께 간구하는 기쁨을 알게 하셨고, 그곳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통해 직장을 정해 주셨던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함께 하심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나하나 파편으로만 떠 다녀 보이지 않았던 은혜의 조각들이, 한 순간 제 마음속에 치유와 회복이라는 온전한 그림으로 맞춰짐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힘들었던 5년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세상속에 병들고 아팠던 저를 회복시키셨습니다. 아직 두려움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 기억들을 꺼내, 하나님께서 주신 밀린 숙제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