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상급>

창세기 14장은 ‘하나님이 하시는 아브람의 전쟁’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합니다. 엘람왕 그돌라오멜이 이끄는 4개국 연합국에 의해 아브람의 동생 롯이 사는 소돔이 점령됩니다. 여느 전쟁의 결말이 그러하듯, 소돔은 모든 재물을 빼앗겼고 주민들은 포로로 끌려갑니다. 자연스레 롯도 포로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 아브람은 집에서(..!) 훈련시키던 318명의 병력으로, 소돔-고모라-아드마-스보임-벨라 5개국을 깨부실 만큼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그돌라오멜 연합군을 향해 돌진합니다. 무모한 작전입니다. 작전이랄 것도 없이 그냥 정면으로 쳐들어갑니다. 창세기에 기록된 아브람의 첫 전쟁인만큼 경험도 미천합니다.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길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깁니다. 그것도 크게 이깁니다. 뒷길로 돌아가 롯을 몰래 빼돌린 것이 아니라, 그돌라오멜왕과 그에 연합한 왕들을 제대로 쳐부수고 돌아옵니다. 심지어 빼앗겼던 재물들도 다시 가져옵니다. 이렇게 아브람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았고, 전쟁을 마친 아브람은 이 기적과 같은 승리가 하나님께서 주신 것임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살렘왕 멜기세덱에 십일조를 바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은혜도 말이 안되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믿음 안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게 해주신 것, 가능성이 없다고 여겼던 주제로 좋은 연구 결과를 얻게 하신 것, 취미로만 끄적이던 글들을 모아 처음으로 책을 출판하게 하신 것, 만사와 나눔방을 통해 만난 친구들이 하나님을 아는 기쁨을 누리고 이를 고백하게 하신 것, 고된 일정 가운데도 말씀의 풍성함과 하나님 주시는 위로로 안식을 누리게 하신 것, 은혜가 넘치고 넘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이야기 해야 할지도 판단이 안 섭니다. 제 능력과 상황으로는 도저히 생길 수 없는 일들이 이루어 졌습니다. 이에 저는 이렇게 감사드렸습니다.'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 너무도 큽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상급,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브람의 전쟁이 마치고 나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조금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15:1) 전쟁 승리 후 처음으로 입을 떼신 하나님은 명확하게 선포하십니다. '너의 상급은 나다!'라고 말입니다. 아브람이 체험한 위대한 승리와 제가 겪었던 일련의 기적적 사건들이 저의 상급인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드시고 사랑하셔서 아들을 내어주시고 부족한 저의 손을 붙잡아주시는 하나님 본인이 나의 지극히 큰 상급임을 깨우쳐 주십니다. 앞에서 구구절절 '하나님이 이것도 해주시고 이것도 해주셨다'고 하는 고백만으로는 비천에 처하는 비결(빌4:12)을 놓치기 쉽습니다. 죄의 눈으로 하나님을 평가해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실험은 망한걸 보니 하나님이 이번엔 선물을 안 주시는구만'하고 말입니다. 이제 더는 속기 싫습니다. 제 입에 단 것, 제의 눈으로 보기에 좋은 것으로 하나님의 선물을 평가하지 않겠습니다. 하나님의 선물은 하나님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지극히 크신 상급되시는 하나님과의 온전한 사귐만이 나의 자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