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없이 한 학기 등록금만 들고 온 앤 아버 땅에 왔던 제가
졸업을 하고 이제는 떠나기 전 주보 에세이를 쓰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4 개월마다
앞길을 알 수 없는 광야와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앤아버 대학촌 교회 공동체의
따스한 섬김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면을 빌어
목사님과 성도님들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당장의 앞길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짧은
간격으로 찾아오는 상황을 맞이하고 그것을 잘 넘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상황들을 이용해서, 제 중심으로 상황이나 환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중심으로 하나님의 다스림을 보는 것을 가르쳐 주셨고, 애굽에서
인도해 내어 홍해를 가르고 만나를 내리시는 저의 하나님 되심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고비의 순간들을 넘기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돈독해졌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이 커졌기에,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찾고 있었을 때 비교적 담담하고
평온한 마음으로—비자 걱정, 직장이 안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없이—하나님이
예비한 곳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연속된 불합격 통보 속에서도 낙담하는 마음없이
계속해서 잡 헌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 이제는 예전처럼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하나님이 예비하신 곳이 있다고 저번 새벽예배 때 확신을
주셨으니 그것을 믿습니다.’ 이런 생각도 하며 나름 믿음이 많이 자랐다는 생각까지
들었었습니다. 졸업을 앞둔 4 월로 접어들었을 때, 꽤 인터뷰들을 보았으나 잘 안되고,
최종면접까지 가는 회사 2 군데만 남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회사와의 인터뷰를
준비할 당시 여러 여건상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었었는데, 인터뷰 전 날 밤, 예정되어
있던 만사를 취소하고 인터뷰 준비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분명 그랬을 거에요). 하지만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던 것 처럼, 인터뷰의
당락은 인터뷰어에게 달린게 아니라 하나님께 달린 문제라는 생각에 말씀을 더 보고
싶었고, 말씀과 기도로 인터뷰 전 날 밤을 보냈습니다. 인터뷰 현장에서도 이 공간
가운데 함께 계실 것을 구했고, 그 날 인터뷰는 합격/불합격에 상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두번째 회사와의 최종면접도 보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무슨 자만심에서였는지 첫 번째 회사보다도 더 준비를 하지 않고
면접에 임하게 되었는데, 인터뷰 직후 불합격이구나…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잠시 멍해져서 천장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첫 번째 회사도, 두번째
회사도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다
떨어져서 다시 처음부터 레쥬메를 넣고, 3 번의 걸친 인터뷰를 보는 프로세스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면 어떻게 하지? 4 월인데 이러다 다 안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들이 압도하기 시작하였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더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이제는 제 믿음이 자라났다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결과 앞에서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제 자신이었습니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나약합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한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텐데 저는 너무 나약해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이런 저의 모습에 하나님이 실망하셨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무거운 마음을 앉고 금요예배에 나아갔습니다. 그날 목사님의 설교는 제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았고, 목사님이 기도하라고 일러주신 그대로 기도하고 싶어졌습니다.
상황에 상관없이 하나님의 신실하심만을 케어하길 원합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는다는 기도였습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있는데, 하나님의 사랑이, 성난 바닷물이
조각배를 삼키듯 그렇게 제게 부어졌습니다. 십자가에서 자기의 독생자까지 아끼지
아니하시고 내어주신 하나님의 그 엄청난 사랑이 와 닿았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제가 잘해야 좋은 것을 주시고, 못하면 좋은 것을 주지 않는 분이 아니라, 제가 그저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나님,
저는 그런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왜 저를 그렇게 사랑하세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관계없이 마음에 평강이 찾아왔습니다. 그 다음주가 되어 첫 번째
회사의 리쿠르터에게 연락이 왔고, 최종 합격 여부를 알기까지 2 번의 연락이 더
있었습니다. 그 순간마다 떨어졌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었습니다.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제게 가장 좋은 결과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식 30 분 전, 리쿠르터로부터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앤아버를 떠나기 전 하나님이 제게 가르쳐주신 교훈은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제가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하나님의 어마어마한
사랑은 늘 한결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생활이 시작될 뉴욕 땅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변함이 없을 거라는 사실이 제 마음에 큰 위로가 됩니다. 신명기
말씀처럼 앤아버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저를 인도해오셨는지 잊지 않겠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