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약 3주 후면 저희 부부의 첫 아기가 태어날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빨리 보고 싶기도 하지만, 아직 부모가 된다는 것이 실감도 잘 나지 않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건강한 사람으로 잘 키울 수 있을지 조금 걱정도 됩니다. 임신 초기에 저희 부부는 참 많이 싸웠었습니다. 제 상황이 아직 포닥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 상태가 아니라, 임신 계획은 했지만 막상 임신임을 알게 되니 덜컥 겁이 났었고, 또 말로만 들었던 입덧이 그렇게 힘든 일인지 전혀 몰랐었습니다. 나 하나만을 믿고 미국에 기꺼이 따라와준 아내가 평소에는 고마웠지만, 그 당시 학교에서의 연구와 일만으로도 버거웠던 저에게는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제대로 쉬지를 못하고, 입덧이 심한 아내를 챙겨주어야 한다는 것이 아주 큰 숙제처럼 느껴졌고, 짜증을 많이 냈었습니다.

그런 바닥 가운데에서 문득 이런 제 모습을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는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솔직하게 돌이켜보면, 저는 세상적인 가치관으로 사람이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였고, 또 결혼한 이후에도 꼭 아이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였었습니다. 연애할 때와 임신 전 신혼 때에는 아내와 싸울 일 없이 연애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잘 지냈었는데,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기 중심적이고 편의주의적인 가치관이 결국에는 저와 임신한 아내를 힘들게 한 근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부부가 한 몸을 이루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봅니다. 한 몸이라는 마음이 드니, 무엇보다도 아내의 어려움을 바로 제 어려움으로 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해 있는 상황은 여전하고, 학교에서 해야 되는 일들과 집에서 해야 되는 일들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이지만, 저의 스트레스와 짜증은 줄어들고, 기꺼이 해야 된다는 마음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아내로부터 철이 든 것 같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상포진에 걸리게 되었고 몸에 흉터도 아직까지 조금 남아있게 되었는데, 아프고 고통스러웠다는 생각보다는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네가 이제는 잘하고 있으니, 아내가 뭐라고 잔소리를 하면, 보험으로 변호하는데 쓰라고 주셨다는 농담도 해봅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제 세상적인 가치관을 벗겨 내셨습니다.

7년 전 이 곳 앤아버에 교환연구원으로 있었을 때 신앙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나님께서 다시 저를 이곳 앤아버로 부르셔서 저희 가정이 시작되게 하심을 이제는 은혜로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저희 가정을 늘 염려하시고 신경서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반찬과 여러가지를 정성껏 챙겨 주신 박창희 사모님, 김윤정 집사님, 김희정 집사님, 김승혜 집사님, 김동언 집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기꺼이 베이비 샤워를 준비해주신 김정훈, 장민화 집사님 가정과 예전 나눔방 식구분들, 마음을 다해 함께 기도해 주시는 현재 나눔방 식구님들과 성가대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